이야기를 끝내고 싶을 때는 단숨에 차를 들이켜자
'저 얘기를 언제까지 할 건가? 약속 시각도 다 돼가고, 슬슬 끝냈으면 좋겠는데.' 이야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건 알겠지만 본론을 얘기해야 할 텐데…' 이야기할 계기를 만들지 못하는 것과는 반대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능숙하게 끝내게 하고 싶을 때의 상황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한참 어를
신이거나 하면 “저, 죄송합니다만"이라고 말허리를 자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때도 계기와 타이밍이 중요한데, '화제를 바꿔야겠는 데요! 라는 사인을 암암리에 미리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손목시계를 힐끔 보는 것인데, 이것은 아무래도 좀 노골적이라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엽차나 커피 같은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켜는 것이다.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을 때는 상대방의 자세나 태도를 무의식중에 똑같이 따라 하게 되는 심리가 있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자세 반향'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경우는 '음료를 마시는 행동' 이 바로 그것이다.
음료를 마시게 되면 이야기 이쪽의 행동에 이끌려 상대방도 덩달아 한순간 틈이 생긴다. 그 틈을 이용해, "죄송합니다만, 다음 약속시간"이라는 식으로 말이어야 돼서” 또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을 하면 이쪽에서 용건을 꺼낼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외에도 담배를 피우거나 시선을 돌리거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손짓을 하는 등의 동작이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이쪽이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 외에 다른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기색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된다. 그래도 상대방이 눈치를 채지 못하면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잠깐 화장실에 좀…."이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무렴 화자실까
기차아가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으라고 강요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느긋하게 화장실에 다녀와서 상대방의 자기 얘기에 대한 열기가 어느 정도 식었을 때 화제를 바꾸는 것이 좋다. 화장실 외에도 자리를 비울 구실로, 요즘에는 "어! 전화가 잠깐 실례하겠습니다."라는 식의 행동이 애용되는 것 같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도중에 끝내게 하는 기술'은 거절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거절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말로 분명하게 말해오기 전에 자리를 뜨거나 시선을 피하거나 함으로써 거절의 뜻을 암암리에 비치면 상대방도 '이 사람, 별로 생각이 없나 보군'이라고 분위기를 얼마간 파악할 수 있으므로 거절하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자세 반향
자세 반향 은 적절히 활용하면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방법은 간단하다. 의식적으로 상대의 몸놀림을 흉내 내서 호흡을 맞추면 된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하며 상대가 팔짱을 끼면 "그건. 하면서 여러분도 팔짱을 끼면 된다. 담배를 피우면 따라서 담배를 물고, 차를 마시면 같이 마신다.
이렇게 상대의 몸동작을 따라 하면 이야기나 동작의 박자가 척척 맞는다. 박자가 맞으면 대화가 활기 있고 부드럽게 진행된다. 또한 동작이 일치하면 무의식중에 일체감을 느끼게 되어 마음의 간격이 좁혀진다. 대화의 달인이 되기 위한 기술이다.
맞장구의 기술이란?
대화를 무르익게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기술로 맞장구만큼 좋은 것도 없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먹고사는 베테랑급 취재기자 정도면 상대방의 성격이나 이야기의 흐름에 맞는 10가지 이상의 맞장구 레퍼토리를 꿰고 있다고 한다. 확실히 '맞아, 맞아! 그래서?' 라고 절묘한 타이밍에 절묘한 맞장구를 쳐주면 이야기하는 사람도 흥이 나서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들려주기도 한다. 취재기자나 회견자가 아니더라도 맞장구를 절묘하게 잘 치는 사람은 대화의 맛도 살리고 또 상대방이 기분 좋게 말하도록 만드는 '대화의 달인'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맞장구만 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타이밍을 무시하고 동문서답하는 맞장구는 오히려 대화의 흐름을 흐트러트리고 말하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가장 나쁜 것이 '응, 응, 응 네, 네, 네'와 같이 세 번 이상 반복하는 맞장구이다. 하는 사람은 자기 딴에는 열심히 듣고 있다는 것을 호감을 사려고 그러겠지만 듣는 사람은 '아이참, 알았다고! 더 듣기 싫으니까 빨리 끝내기나 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취재기자처럼 수십 가지나 되는 맞장구를 숙달하기는 어렵더라도 다음과 같은 맞장구는 상황에 맞게 잘 구분해서 써야 한다. 사람이 말을 할 때 쓰는 입도 뭔가를 숨기려고 할 때 단속을 잘해야 하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신체 부위 중 하나다. 흔히 '거짓말을 할 때는 안절부절 태도가 침착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것은 눈과 입을 감추려고 시선을 돌리고 손으로 눈가나 입가를 가리려는 동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손으로 눈과 입을 가리면서 말하는 것은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그것은 일반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눈을 가리고 싶지만 그렇게 보여선 안 된다.'라는 심리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 대신 유사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주 볼 수 있는 유사 행위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이마 주위를 훔친다.
② 담배를 피운다.
③ 턱을 받치는 척하며 입가를 가린다.
④ 눈이나 코를 비빈다.
⑤ 안경을 고쳐 쓴다.
①, ④, ⑤가 눈을 가리는 유사 행위, ②와 ③이 입가를 막는 유사 행위다. ①과 ⑤는 긴장 때문에 후줄근하게 흐른 식은땀을 닦는 행위로 보이기 때문에 유사 행위치고는 레벨이 낮다고 할 수 있다. ②처럼 담배를 피우는 것도 뭔가를 감추려고 할 때의 대표적인 행동이다.
이것만은 어떻게든 숨기고 싶고, 모르게 하고 싶을 때'는 아무리 손이 근질근질하더라도 테이블 밑 무릎에 얌전하게 붙여두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