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질수록 재미있는 일도 자극적인 일도 많아진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서 문제 될 일도 불쾌한 일도 많아진다. 예컨대 항상 같은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 식사 습관을 지닌 사람은 자극과 신선한 일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겠지만 기분 나쁜 일은 겪지 않아도 되므로 안심할 수 있다.
젊었을 때는 소문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던 사람도 교통체증과 혼잡스러움과 이런저런 문제들을 경험하면서 행동력이 점점 둔해진다. 특히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고 나면 사람은 차츰 겁쟁이가 되어 '군자는 자고로 위험한 것을 가까이하지 않는 법 안전한 곳만 찾게 되고 자기 나름대로 즐기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인간관계도 나이와 더불어 신중해지는데, 젊어서는 만난 지 몇 분 만에 의기투합해서 함께 여행도 가고 데이트도 하고 하지만, 그러다 배신당하고 실연이라도 당하면 사람에 대해 조심성이 생기고 상대방을 지켜보고 뜯어본 후에야 마음을 열고 사귀게 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같은 구성원들끼리만 어울리는 것도 썩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거기다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닌데 인간관계의 한계선을 그어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특별한 이유도 없이 스스로 인간관계의 범위를 제한해버리는 것은 지나치게 고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제 손으로 지워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그다지 인간관계가 활발하지 못한 사람과 밥을 먹거나 놀러 갈 때는 평소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처럼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 가 아닌 만큼 자잘한 실수도 서로 불쾌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기분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신선한 감동을 할 수도 있다.
인간관계가 폭넓지 않은 사람에게서 누군가를 소개받았는데, 그 사람이 몇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어릴 적 친구라거나…….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볼 수도 있다.
항상 같은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 사람은 현상을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다. 물론 현상 유지도 중요하지만 아주 조금씩만이라도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한다면 신선한 충격과 예기치 못한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같은 또래와의 사귐이 대부분인 사람은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 인다 라는 가정도 있다.
사생활이든 회사 생활이든 같은 또래와의 사귐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20년 정도 흐르면 하나둘 소식이 끊기게 마련인데, 그런 사람들과도 빈번하게 연락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살맛은 자신의 사생활을 온전히 지켜낸 사람이다. 그들은 직장의 인간관계에 휘말려 끌려다니지 않고 우정과 사랑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
반면, 연상이나 사회적으로 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사람은 야심이 큰 타입이다. 특히 직장이나 업계에서 연장자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야심가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
-일단 잘 보이려고 하는 '아부형'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야망형'
-선배들에게 배우려는 '학습형'
위와 같이 여러 타입이 있으므로 다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가 하면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 또한 다음과 같이 나누어진다.
-연장자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
-아랫사람을 잘 보살피는 사람
-다른 것이야 어찌 됐든 일단 즐기자는 사람
각각 차이는 있겠지만 젊은 세대와 가까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이 젊고 행복한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
또 한가지 유형을 알아보자.
혼자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타고나길 낙천적인 사람이다.
어떤 여행 스타일을 선호하는가 에서도 성격이 드러난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준비된 패키지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귀찮은 걸 싫어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폐가 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준비해 오면 자기는 왕처럼 즐기기만 하겠다는 심리다.
절친한 친구 두셋이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친구와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함께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도 좋아한다. 여행도 우정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인 셈이다.
다섯 명이고 열 명이고 모여서 자기들끼리 계획한 여행 계획을 실행하는 사람 중에는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다들 가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는 식의 부화 뇌 동형 인간도 적지 않다.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개성적이고 모험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들은 인생에서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 거는 신중함을 싫어한다. 그때그때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의식이 강하고, 재미있겠다 싶으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성격이다. 그러지만 적응력이 강하고 좋고 싫음에 대한 자기주장이 심하지 않아 세상을 살아가기에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단체 행동에서는 팀워크를 해칠 우려도 독립심이 필요한 일이나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일에는 아주 적합한 사람이다.
차도까지 나와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은 신경질적인 사람이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데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 요즘 건널목에 설치된 신호등을 보면 파란색으로 바뀔 때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되어 있거나 빨간 막대 그래프가 하나둘 꺼지는 계기판이 부착되어 있다. 그런데도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빨간불에 건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긴 하지만 차도에 내려서서 한 발 두 발 주춤거리는 사람도 있다. 무슨 그리 급한 일이 있는 것 퍼럼 길을 걷거나 보도를 건너거나 할 때, 혹은 자전거를 타고 갈 때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가 그대로 표출된다. 자전거를 타고 따르릉따르릉 벨을 울려서 앞에 가는 보행자에게 길을 비키라는 사람은 결코 친절이니 배려니 하는 것을 모르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자전거는 본래 차로 구분되기 때문에 차도로 달려 해야지 보도로 달리면 안 되는 것이다. 차도가 너무 위험하므로 보도로 다닐 수 있도록 한 지역도 많지만, 그래도 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즉 자전거가 보도를 달릴 때는 보행자에게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보행자에게 감히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길을 비켜요! 벨을 울려대며 거들먹대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뭔가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떠넘기며 다 저 사람때문이라고 떠벌리고다닐 사람이다. 보도를 걸어 다니는 사람 중에도 이기적이고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좁은 보도를 여러 명이 횡단으로 점령하고 걷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어쩌지 못하고 당황해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